제주항공 진에어 등 항공주가 이달 들어 곤두박질치고 있다. 비수기에 접어든 가운데 고유가, 고환율이 겹치며 2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비수기·고유가·고환율…'3중고' 시달리는 항공株
국내 증시에 상장된 6개 항공사 시가총액은 22일 총 6조3382억원으로 지난달 말(7조1049억원)보다 7667억원 줄었다. 약 보름 만에 10.8% 빠졌다. 진에어 시가총액이 741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19.0% 급감했다. 제주항공(-14.8%), 에어부산(-11.2%), 아시아나항공(-10.9%), 티웨이항공(-10.8%), 대한항공(-7.4%) 등도 일제히 내리막을 탔다.

항공주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영향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여행 비수기에 해당하는데 유가와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항공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고 말했다.

항공사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항공유는 올 들어 29.0% 상승했다. 최 연구원은 “유가가 10.0% 오르면 대한항공은 유류비가 3200억원, 제주항공은 39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연간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원·달러 환율은 22일 달러당 1193원30전으로 올해 6.7% 올랐다. 항공사들은 항공기와 항공유 구입 등으로 달러 부채가 많기 때문에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독’이 된다.

7월부터 성수기에 진입하는 가운데 하반기에 유가와 환율이 안정을 되찾으면 항공주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남아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저비용항공사(LCC) 중심의 고성장세가 끝나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국제선 여객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해 작년 증가율과 비교해 둔화세가 뚜렷했다”며 “국내 항공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축소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보잉 737기 사태로 항공기 도입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