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10년…대형사 자기자본 2.3배 증가
2009년 자본시장법 도입 시행 이후 10년간 5대 증권사(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2.3배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 한국증권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자본시장법 10년의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5대 대형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지난 2008년 말 2조3000억원에서 2018년 말 5조3000억원으로 2.3배 증가했다"며 “지난 2016년 두 건의 대형 합병으로 대형사의 평균 자기자본이 크게 증가했으며 작년 기준 미래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5대 대형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중소형사 자기자본의 6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위탁매매 비중이 감소하고 투자은행(IB)과 자기매매 비중은 증가하는 등 증권사 수익구조의 변화도 일어났다. 조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 70%를 넘던 증권사 순영업수익 중 위탁매매 부문 비중이 작년에는 40% 수준으로 축소됐다”며 “대신 IB와 자기매매 부문의 비중 증가가 관찰된다”고 말했다.

자기매매 부문 비중은 2008년 16.8%에서 2018년 27.8%로 커졌고 같은 기간 IB 부문은 6.8%에서 19.7%로 상승했다. 조 연구원은 “결국 증권사의 수익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업무가 위탁매매에서 자기매매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특정 부문에 고도로 특화된 증권사들이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디지털 혁명으로 증권업에 핀테크 기업 등 특정 기능에 특화한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 설계가 고도화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규제를 열거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포괄주의로 경쟁을 촉진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은 제정 당시 기대 만큼의 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며 “이는 포괄주의 규율체계를 기치로 한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전 승인 방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의 외연을 확대하고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불공정거래의 규제 공백을 보완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평가가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4차 산업혁명 등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있던 만큼 새로운 상품과 시장변화에 대해 더욱 유연한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공적 및 사적 연금 적립금 증가로 자산운용 시장의 규모와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공모펀드 자산운용 제한 규정의 완화, 펀드 수익에 대한 합산 손익 과세, 해외펀드 등록요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은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자본시장 발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자금중개 기능 강화 및 자본시장의 역할 제고, 증권사의 경쟁력 향상, 대형 IB 육성 등의 내용을 담아 2007년 8월 제정됐으며 2009년 2월부터 시행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업계 규모가 커지고 수익구조가 다변화되는 등 곳곳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IB와 비교해 성장이 아직 둔한 상태이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사회·경제적 혁신에 대응해 자본시장 규제 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