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아프리카 등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증시에선 정유주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리비아·이란 불안에 유가 '쑥'…원유 ETF·ETN 고공행진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32달러(2.1%) 상승한 6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배럴당 64달러를 넘어선 것은 작년 10월 31일(65.31달러) 이후 5개월 만이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각각 1.08%, 0.51% 올랐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20일 배럴당 60달러(WTI 기준)를 돌파한 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이달 들어 이란과 리비아 등 주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정치적 긴장감이 커지자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국제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리비아에서는 정부군과 동부 군벌(LNA)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등 내전이 격화되고 있다.

시장은 특히 리비아 내전이 유가 움직임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루 1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리비아에서 전면 내전이 발생하면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두프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들어간 상황에서 리비아에서 원유 생산이 중단될 경우 극심한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ETF와 ETN 등 지수연계상품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원자재 ETF인 ‘KODEX WTI원유선물(H)’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각각 1.56%, 1.34% 상승했다.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3.11%) 등 원유·천연가스 관련 ETN 종목들도 2~3%씩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 등을 고려하면 WTI가 연내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유 컨설팅업체 FGE의 페레이던 페샤라키 회장은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만 보면 WTI는 하반기에 배럴당 75~8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드워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상품리서치 연구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감산 등으로 글로벌 석유시장 수급이 매우 빠듯해 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시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등 정유주가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 유가가 오르기 전 중동과 미국 등지에서 싸게 구입한 원유를 투입하면서 발생하는 재고평가이익이 영업이익에 반영될 경우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경우 작년 하반기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만 1850억원에 달했다”며 “올 들어 유가 반등에 따라 지난해 재고평가손실이 이익으로 환입되는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