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사장의 첫 작품…신한금투, 퇴직연금용 ETN 출시
콜옵션 구조의 금융투자 상품
ETN은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주가연계증권(ELS)처럼 발행 시점에 정해진 수익구조에 따라 투자 손익이 결정되며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해 중도에 환매하면 수수료 부담이 큰 ELS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지난해 양매도 ETN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자산가들의 ‘애장품’으로 떠올랐지만 퇴직연금에는 담을 수 없었다. 사모집합투자증권, 파생상품, 40% 이상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파생형 펀드 등을 편입할 수 없도록 한 퇴직연금 규정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을 지키면서도 퇴직연금에 담을 수 있는 ETN을 만들기 위해 신한금융투자는 원금 손실률을 30%로 제한하는 콜옵션 구조의 손실제한형 상품을 설계했다. 지난해 선보인 ‘신한 코스피 콘도르 4/10% ETN’과 ‘신한 코스피 콘도르 6/10% ETN’을 활용했다. 김홍기 신한금융투자 에쿼티본부장은 “ETN은 판매수수료 등이 들지 않아 펀드에 비해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며 “양매도 ETN과 같은 옵션 전략형 상품은 구조는 복잡하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상관관계 및 변동성이 낮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손실제한형 ETN을 시작으로 퇴직연금용 상품을 잇따라 추가할 계획이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퇴직연금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에 달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시장에서 2조원 정도 운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중간에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에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지난달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사장의 사실상 첫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에 내정된 후 “퇴직연금에 포함될 수 있는 ETN을 만들라”고 실무자들에게 지시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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