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일 ‘쇼크’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담담했다. 이미 예상했던 수준의 실적이 공개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실적 악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쓸어 담았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도 나왔다.
영업익 60% 줄었는데…삼성전자 담는 외국인, 왜?
외국인, 실적 쇼크에도 반도체 ‘올인’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내내 등락을 반복하다가 100원(0.21%) 내린 4만685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600원(0.77%) 오른 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439억원, SK하이닉스를 19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2위가 이들 반도체 ‘투톱’이었다. 외국인들은 삼성SDI(121억원) LG전자(103억원) 등 다른 정보기술(IT)주도 많이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올렸다고 이날 오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15조6400억원)보다 60.4% 급감했다. 실적 발표 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7조1016억원에도 훨씬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자율공시를 통해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말로 예정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구체적 내용이 나오기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인 TSMC와 인텔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반도체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1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3766억원 순매수)와 SK하이닉스(3189억원) 두 종목에 약 70%의 자금을 투입했다.

엇갈리는 반도체 업황 전망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과 “회복을 얘기하긴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KB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 주요국 제조업 지수 반등,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부터 서버용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이 회복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5만3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5.66% 상향 조정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수출하는 물량의 70%가 중국과 홍콩에 팔린다”며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반도체 수입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외국인들이 반도체주를 미리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더 하락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며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제이 신 아스트라자산운용 글로벌헤지운용본부장은 “아직 메모리 반도체 재고량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서 “반도체주의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가 점점 더 내려가고 있어 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계속 늘어나면서 재고 부담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만수/강영연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