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미국 금융시장에선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강세를 보였습니다.

증시에선 1분기 다우지수가 1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3%, 나스닥은 16% 각각 급등했습니다. S&P500 기준으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선 국채 10년물 금리가 27bp 떨어졌습니다. 3월에만 30bp가 내렸지요. 채권 가격은 금리(수익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크게 오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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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그래프 상으로는 커다란 '조스(상어)'가 출현했습니다.

1분기 S&P500 지수 움직임과 채권 금리를 한 그래프에 그리면 커다란 조스가 입을 쫙 벌리고 있는 게 나타난 겁니다.
1분기 미 금융시장에 나타난 조스
1분기 미 금융시장에 나타난 조스
통상 증시와 채권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함께 움직여도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1분기 커다란 디커플링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은 어떤 시장이 맞을 지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증시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베팅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동결도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증시가 오른 것이죠.

반면 채권 투자자들은 침체를 점쳐왔습니다. 곧 침체가 다가오고 이에 따라 Fed가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는 투자자가 다수였습니다. 그래서 채권 금리가 내린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Fed에 대한 압박, 그리고 맷집이 약한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고려도 일부 포함됐을 겁니다.

만약 증시 투자자들이 옳다면 채권 금리쪽, 즉 조스의 아래턱이 위로 움직이며 입이 다물어질 것이고 채권 투자자들이 맞다면 주가가 하락하면서 입의 윗부분이 아래로 내려오게될 것이었지요.

4월1일(현지시간) 2분기 금융시장이 열리자 '조스'가 입을 다물기 시작했습니다. 증시가 오르고, 채권 금리는 급등한 겁니다.

증시에선 다우 지수가 329.74포인트, 1.27% 상승했구요. S&P500은 1.16%, 나스닥도 1.29% 올랐습니다.

채권 금리는 더 극적이었습니다. 트웨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종가보다 8.0bp 오른 2.496%를 기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50%까지 올랐구요.

결국 채권 금리, 즉 조스의 아래턱이 위로 올라오면서 그 간격이 좁혀졌습니다.

조스의 입을 다물게한 건 중국발 훈풍이었습니다.

1일 발표된 중국의 3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8로, 넉 달 만에 50선을 웃돌아 확장세로 복귀한 겁니다. 지난해 무역전쟁 와중에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자 중국 정부는 작년 말부터 경기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해왔습니다. 그 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날 아침 미국에서도 3월 ISM 제조업 PMI가 전월 54.2에서 55.3으로 반등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예상치 54.4을 넘는 수치였습니다.

2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0.2% 감소로 나왔지만, 1월 소매판매가 0.2% 증가에서 0.7% 증가로 상향 조정되면서 사실상 예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날 채권 금리 급등세는 중국과 미국 PMI를 지켜본 채권 투자자 일부가 금리 인하→금리 동결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증시 투자자들이 완승한 것일까요?

아직 모릅니다. 작년부터 일관되게 약세장을 주장해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이날도 "기업 실적 리세션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 행동이 바뀌면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며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2750으로 제시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이날 2867.19로 마감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