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를 마감시한 전까지 내지 못한 상장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의견 거절·부적정·한정)’을 받은 상장사도 작년보다 늘었다. 올해부터 외부감사 규정이 대폭 강화되면서 회계법인의 감사가 한층 깐깐해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한 상장사는 60개에 달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40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20개다. 여기에는 한화LS(자회사인 LS전선) 등 대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감사를 마무리하지 못했거나 감사의견을 두고 기업과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과 시행령을 보면 감사보고서는 해당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일로부터 최소 1주일 전까지 제출돼야 한다.

마감 시한을 살짝 넘겨 제출하더라도 당장 특별한 제재가 뒤따르진 않는다. 다만 상장사가 직전연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4월1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과 함께 주식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4월10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도 22일까지 19개로 작년 같은 기간(15개)보다 늘었다. EMW 코다코 포스링크 등 16개사는 의견 거절, 영신금속 코디 피앤텔 등 3개사는 한정 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역시 한정 의견을 받아 오는 25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을 더하면 감사보고서 비적정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상장사는 22개로 늘어난다.

회계업계에선 개정 외감법(신외감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되거나 비적정 의견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외감법은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한 형사처벌 등 징계수위를 대폭 높였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적으로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다. 바뀐 감사인이 과거 회계장부의 적정성 여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현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내는 데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오형주/하수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