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2일 오후 3시45분

[마켓인사이트] S&P의 경고…"신용등급 강등 위협받는 한국 기업 늘어날 것"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 등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올해는 신용등급 강등 위협에 처하는 기업이 늘어날 겁니다.”

박준홍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한국기업 신용평가팀장(이사·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할 만한 한국 기업을 꼽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디스, 피치와 함께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S&P는 68개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박 팀장은 S&P에서 한국 기업 평가를 총괄하고 있다. S&P는 올해 한국의 13개 주요 산업 중 자동차·정유·유통 등 10개 업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으로 본 업종은 전무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핵심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선 소비 투자 고용 등 주요 경기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 여건마저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말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췄다.

박 팀장은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한국 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정유 화학 등 일부 업종에선 호황기에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한 결과 초과공급 상태가 돼 제품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한국 기업들이 현 신용등급을 유지할 힘이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S&P는 한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반도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가격 하락세와 함께 수요마저 주춤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74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3% 급감했다. 박 팀장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와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마저 둔화하고 있어 반도체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P는 2017년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린 이후 지난해 말까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