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장내파생상품에 투자해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진입장벽에 부딪힌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몰리면서 이들을 노린 불법 중개업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인, 해외 장내파생상품서 年 1000억 안팎 손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해외 장내파생상품 거래 현황’에 따르면 해외 장내파생상품(FX마진 제외)에 투자하는 개인은 지난해 1분기 4만800명으로, 2011년(1만3300명)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융당국이 2011년부터 파생상품 투자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나타난 ‘풍선 효과’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면 3000만원의 예탁금을 내고 사전교육 30시간 등을 이수해야 한다.

개인 1인당 해외 장내파생상품 거래금은 한 해 4만달러 안팎 수준이다. 이들의 전체 손실 규모는 한 해 1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1년 7200만달러에서 2016년 1억2000만달러까지 커졌다가 지난해 1분기 8700만달러로 다소 줄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 계좌는 매년 이익 계좌의 두 배 이상이었다. 2017년에는 손실 계좌가 1만5677개로, 이익 계좌(6214개)의 2.5배 수준이었다.

불법 해외 파생상품 중개업체로 인한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며 정식 업체인 것처럼 위장한 선물계좌 대여업자 등이 수백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선물계좌를 대여하고, 소액 증거금이나 환급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브로커들이 파생거래를 중개할 때 편의상 하나의 옴니버스 계좌를 만들어 여러 투자자의 주문을 소화한다”며 “무인가 중개업체들은 옴니버스 계좌를 악용해 투자자와 해외 거래소 중간에서 불법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개발한 뒤 투자자를 모집하고 사기를 치는 업체들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 파생상품 주문 없이 자체적으로 거래소 역할을 하면서 사기를 치는 곳도 있다”며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반드시 확인한 후 거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