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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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이 국내 증시에 밀려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증시가 지루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졌다고 봐서다. 현재 한국 주식은 주요 신흥국 증시와 비교해도 가장 싼 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02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2017년 10월(2조9758억원)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대다.

한국 증시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은 지난해 11월부터 감지됐다. 외국인 투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자금이 11월부터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가 운영하는 MSCI 한국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MSCI South Korea Index Fund(ETF)'의 지난 25일까지 좌수는 7만7350개에 달한다. 지난해 11월2일(5만8950개) 이후 31.21% 급증했다. 2014년 12월5일(7만7800개) 이후 최대 규모다. 이 펀드는 미국계 펀드의 운용에 주요 기준으로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과 함께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멕시코에 투자하는 펀드 좌수는 16.44% 느는데 그쳤다. 대만에 투자하는 펀드는 오히려 0.28% 줄었다. 선진국인 일본에 투자하는 펀드 좌수는 5.07% 급감했다.

한국 증시로 자금이 몰려드는 가장 큰 요인은 '싼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변수에 따른 타격을 입고 기업들의 이익증가세도 더뎌지면서 한국 증시는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빠져있다.
"한국이 필리핀·말레이시아보다 싸다고?"…밀려드는 외국인 뭉칫돈
블룸버그가 집계한 MSCI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에 따르면 지난 25일 현재 코스피(MSCI코리아지수 기준)의 PER는 9.63배에 머물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87배에 불과하다. 중국(PER 9.73배·PBR 1.15배)이나 대만(PER 13.34배·PBR 1.54배)은 물론 필리핀(PER 16.80배·PBR 1.93배), 말레이시아(PER 16.33배·PBR 1.62배), 인도네시아(PER 15.51배·PBR 2.31배)보다도 저평가됐다.

현재 한국 주식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 등 대부분의 신흥국 보다 저렴하다.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이 PER 기준 각각 14배, 11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엿볼 수 있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남북 분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배당성향 문제 등이 여전히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PBR 1배는 쉽게 말해 기업이 모두 문을 닫고 청산했을 때 받는 가치로, PBR 0.87배 수준인 현재 한국 주식은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가 모두 지지부진함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눈을 돌리고 있는 데에는 전세계에서 주가가 가장 저평가됐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수급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 펀드로 들어온다면 13.5%(MSCI EM ETF 기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은 자금 유입의 수혜를 크게 입을 수 있다"며 "iShares MSCI 한국 ETF의 설정 좌수가 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 외국인의 수급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일이 많다"며 "한국 ETF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건 한국 증시도 외국인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