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열차 사고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수도권 지하철도 최근 한 달 새 여섯 번 이상 크고 작은 운행중단 사고가 발생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차량과 시설 노후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간 분산된 관리 체계 등으로 인해 “언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오히려 유지 보수 예산을 줄이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노후 전동차 교체에 배정된 예산은 120억원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복지 예산 11조1800억여원의 0.1% 수준이다. 도시철도를 관장하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의 내년 예산안도 2조7110억원으로 올해 예산 3조506억원보다 12%(3396억원) 줄었다. 도시철도 유지보수 등에 쓰는 도시철도특별회계 세출예산이 6981억원으로 올해 9592억원보다 27%(2611억원) 감액된 게 주요인이다. 시설 및 차량은 낡아가는데 유지보수 예산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

1~8호선 3551량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 1898대(53%)로 절반이 넘는다. 노후도가 심각한 수준인 26년 이상 차량도 13%(460대)나 된다. 이들 차량 교체에 필요한 예산만 2조1000억원에 달하지만 국비 지원은 한푼도 없다.

시설 및 차량 노후화는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여섯 번 이상의 지하철 사고가 일어났다. 이달 7일 오전 8시께 지하철 8호선 암사역 방향 지하철이 수진역에서 ‘동력계통 이상’으로 멈춰 섰다. 열흘 전인 지난달 28일엔 7호선 열차가 이수역에서 고장 나 멈췄다. 같은 달 8일엔 종로5가역에서 동대문으로 향하던 1호선 열차가 멈췄다. 조사 결과 노후 차량의 고압케이블 절연체 파괴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관리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1·3·4호선 사고가 발생하면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1호선 서울역~청량리 구간과 3호선 지축~오금 구간, 4호선 당고개~남태령 구간은 서울교통공사가, 나머지는 코레일이 관리한다. 차량도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각각 운행한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일원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지만 코레일 측의 반응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성/임락근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