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사자’가 몰리면서 네이버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투자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주가 기지개…"핀테크·AI 잠재력 커"
기관, 11월 들어 순매수로 전환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1만원(8.77%) 오른 12만4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2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주가를 끌어올린 주체는 기관이다. 이날 기관은 네이버를 43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실장은 “네이버의 상승세는 모건스탠리가 선진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신흥국은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낸 영향을 받았다”며 “네이버 등 그동안 조정폭이 컸던 종목이 크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은 11월에 네이버를 664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 9월과 10월 각각 1139억원, 142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네이버가 바닥권에 온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네이버는 연초 주요 증권사 최선호주(톱픽) 리스트에 대부분 이름을 올렸지만, 올 들어 28.8% 떨어져 투자자의 실망이 큰 종목이다.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지난 3분기 네이버 영업이익은 221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0% 감소했다.

실적이 악화된 것은 해외 자회사 등에 대한 투자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9146억원을 출자했다. 9월 일본 라인의 전환사채(CB) 투자금(7517억원)까지 합하면 1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미래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핀테크,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등에 집중 투자하면서 인건비와 마케팅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술(IT)주 부진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커지는 신사업 기대

네이버의 신사업 투자는 내년 이후 서서히 결실을 맺을 것이란 게 증권업계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서비스는 일본 자회사 라인의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다.

라인페이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비밀번호 인증과정을 거친 뒤 계산대에서 바코드나 QR코드를 제시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14년 말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난 2분기 말 9만4000여 개이던 가맹점 수는 3분기에 10배 가까운 92만 개로 급증했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라인페이는 단순히 결제 수수료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증권·보험·가상화폐 등 모든 금융상품의 거래를 창출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자회사 NBP(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유망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사업을 본격 시작한 이후 고객 수가 매달 32%가량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미국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전체 매출의 11.8%에 달한다”며 “네이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높은 시장 성장성과 인터넷 공간에서의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분야에선 자체 플랫폼 ‘클로바’를 활용해 AI 스피커를 선보였다. 상품 사진을 찍어 올리면 가격, 브랜드 등 정보를 제공하는 이미지 검색 서비스(쇼핑렌즈)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