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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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에 ‘기술(IT)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 인터넷 등 IT 전반에 걸쳐 주요 종목들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 8월 사상 최고점(8109.69)을 찍은 뒤 약 석 달 만에 14% 하락했다.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이 급락하는 동안에도 버텨왔던 애플 역시 이달 들어 21일까지 19%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업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난 5월 고점 대비 27% 떨어졌다. 국내 인터넷 대장주인 네이버도 지난 1월 연중 고점 대비 40% 하락했다. 소폭 반등이 나오곤 있지만 일시적 조정이라던 낙관론은 옅어지고 추세적 하락 가능성에 조금씩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가파른 실적 개선세가 멈추면서 IT주 투자 매력이 옛날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 둔화 등으로 IT업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IT주 강세장 지속 여부와 관련해 이젠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가 완전히 반영되기까지 IT주 조정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IT주 투자를 완전히 배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IT주가 좋은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뉴욕증시의 대세 상승장이 끝났다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지만, IT주에 대해선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조민규 파트너는 “멀리서 보면 IT주 투자가 비관적일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개별 종목 중심으로 호재가 많다”며 “기술의 발전 흐름을 잘 보고 종목을 선별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공들인 신사업이 수익을 내는 시기에 접어든 카카오,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삼성SDI,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둔 KT 등 이동통신업체와 통신 장비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휴대폰 부품주 등이 IT주 한파를 피할 수 있는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