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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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테크(Peak Tech)' 논란이 미국 증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술주 정점을 의미하는 피크 테크 우려가 커지면서 애플을 필두로하는 팡(FAANG) 기업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은 전날보다 8.88달러(4.78%) 내린 176.98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3일 기록한 최고가 233.47달러에 비하면 24.20% 떨어졌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었지만 현재는 8819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애플의 주가 급락은 애플이 이달 초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컴퓨터 등의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수요감소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후 애플이 부품업체들에게 주문을 축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은 확대됐다.

애플에 대한 우려는 아이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 부품 수요 감소 우려로 이어졌고 미국, 대만, 중국, 일본, 한국의 아이폰 부품업체들의 주가도 끌어내렸다.
애플 아이폰 XR
애플 아이폰 XR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1조 달러에 진입했던 아마존의 시가총액도 7394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1495.46달러로, 지난 9월 4일 기록한 최고가 2050.50달러보다 27.07% 내렸다.

다른 팡 기업들 주가도 올해 기록했던 최고점 대비 20~40% 급락했다. 페이스북은 40% 가량, 알파벳과 넷플릭스는 각각 20%, 37% 가량 떨어졌다.

지금의 피크 테크와 같은 논란은 2012년에도 있었지만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큰 폭의 주가 상승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규제 강화 등에 대한 우려가 기술주들의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IT주들의 주가 상승에 일조했던 주주환원 정책이 번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이익성장 둔화가 배당 축소나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법인세율 인하와 본국송환세 인하 등 감세 정책으로 자사주 매입이 크게 증가한 업종이 IT"라며 "보안비용 증가로 IT 기업의 마진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어, 최근 급락에도 IT 업종의 악재가 모두 나오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