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이 모두투어 지분율을 5%대로 늘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실적 부진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과 JP모간자산운용이 주식을 팔고 나간 뒤라 KB운용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KB운용은 여행산업이 구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란 점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KB운용의 '역발상 투자'…실적부진 모두투어 지분 늘렸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운용은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모두투어 주식 8만7959주(21억원어치)를 매수해 지분율을 4.89%에서 5.35%로 늘렸다. 모두투어가 3분기 영업이익이 2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1% 감소했다고 발표한 날(5일) 오히려 주식을 더 사들인 것이다.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업체들은 일본 폭우와 지진, 인도네시아 지진 등 잇단 자연재해에 여행 취소가 줄을 이으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모두투어 주가는 지난 2월 사상 최고점(종가 기준 4만450원)을 찍은 뒤 39% 넘게 하락했다. 주요 주주들도 주식을 팔고 떠났다. 지난달 JP모간운용은 모두투어 지분율을 5.13%에서 4.90%로, 국민연금은 5.27%에서 4.13%로 각각 줄였다. 의무보고 기준인 5% 밑으로 지분율이 떨어져 그 뒤 얼마나 더 팔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사이 KB운용이 모두투어 주식을 늘리면서 단번에 2대 주주로 뛰어올랐다.

‘KB중소형포커스’ 펀드 등을 운용하는 KB운용 밸류운용본부는 올 들어 여행주 비중을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지난 2월 처음 편입한 참좋은여행 지분율을 지난달 10.28%까지 높였다. 롯데관광개발도 지난달 사들여 4.46% 갖고 있다. 최웅필 KB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평소 여행주 전망을 밝게 봐왔다. 국내 산업구조가 서비스 중심으로 변하면서 여행산업도 계속 성장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올해는 자연재해라는 일회성 요인에 실적이 부진하겠지만, 내년 실적은 다시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여행 수요가 빠르게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가 남아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비자심리지수와 여행비 지출전망지수(CSI)가 하락 추세여서 올해 안에 예약률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