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화장품 용기 제조회사인 펌텍코리아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인캐피털, 블랙스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AHC, 스타일난다, 닥터지에 이어 화장품산업에서 또 한 번의 K뷰티 신화가 나올지 주목된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펌텍코리아 인수전에 베인캐피털, 블랙스톤, TPG 등이 참여했다.

펌텍코리아 인수전에 글로벌 PEF 격돌
복수의 매각주관사를 둔 펌텍코리아는 지분 100%에 대해 약 4000억원의 가격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베인캐피털의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 의지를 살펴보면 베인캐피털이 가장 적극적”이라며 “블랙스톤과 TPG는 최종 인수전에선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털은 지난해 화장품업체 AHC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약 3배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한 운용사다.

펌텍코리아는 화장품용 디스펜서와 진공 용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2001년 설립된 신생 회사지만 단숨에 국내 시장의 10.8%를 점유하는 2위 업체로 올라섰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이니스프리, 미샤, 더페이스샵 등 국내 화장품업체 외에 에스티로더, 클리니크, 세포라, 디올, P&G 등 글로벌 기업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31억원, 영업이익은 191억원이었다. 창업자인 이재신 대표와 두 아들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70대인 이 대표가 상속 문제 때문에 회사를 정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펌텍코리아의 매각 희망가격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20배를 웃돈다. 업계 1위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연우의 주가가 10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싼 가격은 아니다. 그런데도 글로벌 PEF들이 펌텍코리아를 탐내는 것은 자신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 가치를 단숨에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기준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 규모는 9878억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7.4% 성장했다. 매출은 연우보다 작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많다는 점도 펌텍코리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펌텍코리아는 한국투자증권과 상장(IPO) 추진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주주로서 매각할 경우 IPO보다 두 배가량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