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큰손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대도시 오피스 빌딩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많은 금액이 투자된 부동산 비중은 유지하거나 줄이는 대신 인프라 투자는 확대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부동산의 경우 인구 및 경제구조 변화에 맞춰 물류센터, 주거용 부동산 등으로 투자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ASK 2018’에 참석한 23개 기관투자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국내 큰손 "해외 부동산보다 인프라 투자 늘릴 것"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78.3%가 내년에 해외 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현재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21.7%였고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부동산은 ‘현재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곳(43.5%)과 ‘축소하겠다’는 곳(17.4%)이 60.9%로 ‘늘리겠다’는 응답(39.1%)보다 훨씬 많았다.

투자자들은 인프라 자산을 선호하는 이유로 “변동성 장세에도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우정사업본부)이라고 답했다. 인프라 중 가장 선호하는 자산(복수응답)으로는 도로·공항·항만 등 사회간접자본(8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34.8%), 병원·교정시설·노인복지시설 등 공공 인프라(21.7%), 시추·수송 등 에너지 인프라(21.7%), 발전설비(8.7%) 등이 뒤를 이었다. 유망 투자 지역은 유럽(73.9%) 미국(69.6%) 호주(13.0%) 캐나다(4.3%) 등의 순이었다.

계약 이행을 중시하고 손실 위험이 없는 선진국의 민관협력사업(PPP)을 선호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대체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0여 년 전에는 미국 뉴욕 등 선진국 ‘관문 도시’에 있는 유명 오피스 빌딩이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 부동산 자산은 물류센터(78.3%)였다. 전자상거래 확대로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데 따른 전략 변화로 풀이된다. 오피스 빌딩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43.5%로 뒤를 이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여파로 가격이 빠진 영국 런던이나 아직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덴버, 휴스턴 등 미국 2선 도시 중심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 확대 등으로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주거용 부동산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34.8%에 달했다.

선호하는 부동산 투자 지역으로는 유럽(82.6%)이 미국(52.2%)을 크게 앞섰다. “미국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데다 미국 달러 가치 상승으로 환헤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응답자의 95.7%는 내년 상반기 말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3~4%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겠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돼 장기 금리의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기관> (가나다순)

ABL생명,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찰공제회, 공무원연금공단, 과학기술인공제회, 교보생명, 교직원공제회,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 농협생명, 메리츠화재, 사학연금, 삼성생명, 삼성화재, 소방공제회, 신한생명, 우정사업본부, 지방재정공제회, 한국투자공사, 한화생명, 행정공제회, 현대해상

유창재/김대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