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가 주도해온 항공주 판도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LCC가 일본노선 부진과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에 신음하는 동안 대형항공사(FSC)는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유럽노선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CC인 제주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31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4.5% 줄었다. 진에어는 최근 3개월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감소율이 36.9%에 달했다. 대한항공(3개월 전 대비 영업이익 컨센서스 증감률 -14.2%) 아시아나항공(-11.0%) 등 FSC는 LCC에 비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저비용항공 '부진' 대형항공 '회복세'…요동치는 항공株 판도
증권가에서는 올 3분기를 기점으로 LCC의 성장세가 꺾이는 대신 FSC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별 항공 수요 변화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과 유럽노선 항공기에 탑승한 여행객은 전년 대비 18.2%, 10.1%씩 늘었다. 중국과 유럽은 운수권과 항속거리 등 문제로 FSC가 대부분 독점하고 있는 노선이다. 반면 LCC의 ‘텃밭’으로 통하는 일본은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여파로 여객이 1.3% 줄었다.

이를 반영해 증권사들은 업종 내 최선호주를 LCC에서 FSC로 속속 바꾸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항공업종 최선호주를 진에어에서 대한항공으로 변경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LCC는 노선 공급이 크게 늘어났는데 경기 둔화로 관광 수요가 위축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며 “FSC는 미주·유럽 등 장거리 여객수요가 견고한 데다 중국노선 회복으로 항공기 운항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도 FSC의 선전 요인으로 꼽힌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FSC는 항공기 수가 별로 늘지 않아 항공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LCC에 비해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며 “LCC는 좌석을 채우기 위한 가격경쟁에 주력해 이익감소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