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겠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8.4%, 코스닥지수는 12.6%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 인상, 국내 경기지표 악화 등 증시를 둘러싼 안개가 너무 짙다는 평가다.

하락장에서도 꿋꿋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은 증시 전망에 대해 “이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한 만큼 더 이상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쪽과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방향으로 갈렸다. 그러나 “투자전략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데엔 의견이 일치했다.
"코스피, 이론적 바닥이지만…공포에 짓눌려"
◆“지수 바닥 예측 어려워”

15일 코스피지수는 16.73포인트(0.77%) 하락한 2145.12로 마감했다. 지난 12일 9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하며 숨을 돌렸지만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에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었다.

올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공·사모 펀드매니저 4명 중 3명은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어디까지 내려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2.3%의 수익률을 올려 국내 공모주식형 액티브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정하는 펀드) 중 1위(그룹주 펀드 제외)에 오른 ‘마이다스액티브가치’ 펀드를 운용하는 김현중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2본부장만 2100선을 저점으로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약 0.9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그때만큼 경기지표가 나빠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지수가 더 빠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 중 1위인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3.26%)을 운용하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이론적으로 지금이 바닥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가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매니저들의 전망은 이들보다 어두웠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빼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8배에서 10배로 올라간다”며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PER, PBR을 놓고 바닥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두 종목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PER은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주식은 싸다고 사는 게 아니라 미래 성장성이 있고 꿈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종목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 대표도 “글로벌 금리 상승이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 노려볼 만한 주식은

“투자기간을 짧게 하고 종목 수를 줄이는 등 보수적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데엔 모두 이견이 없었다. 김 본부장은 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했다. 그는 “지금 코스피지수 수준에서는 하락할 때마다 ETF를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며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면 연말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주사주, 증권주 등 방어적 성격을 가진 주식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원 대표는 무역전쟁 여파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엔터테인먼트주와 필수소비재주를 추천했다. “실적과 관계 없이 수급만으로 주가가 떨어진 우량주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이재완 대표는 바이오주와 2차전지 관련주를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한때 비싸서 개인투자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성장주를 담는 전략이다.

가장 보수적인 전략을 제시한 원 대표는 “현금을 확보하면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나마 버텨주던 반도체업종이 흔들리고 있어 지수에 투자하기도 어렵다”며 “라임운용도 지금은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롱(매수), 쇼트(공매도) 모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만수/나수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