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창립한 일본의 신에츠화학공업은 폴리염화비닐(PVC)과 반도체 웨이퍼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장기불황 속에서도 13년 연속 사상 최고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리콘 수지, 전자재료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책마을] 13년째 사상 최고 순이익… 92세 '경영의 神'에게 묻다
신에츠화학의 성공을 이끈 사람은 28년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92세의 현역 경영인 가나가와 치히로 회장이다. 《가나가와 치히로의 경영 성공철학 100가지 비법》은 가나가와 회장의 경영 비법과 인생철학 100가지를 담고 있다. 그는 “늘 전쟁터에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영의 현장에서는 전장에서처럼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전한다. 최고 이익을 경신하는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가나가와 회장은 1990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연공서열과 학벌주의 등 일본 특유의 낡은 관행을 타파했다. 소수정예를 앞세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했다.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일본 기업이었지만 실적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서구식 경영방식을 적극 차용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가나가와 회장의 이력과 연관이 깊다. 그는 사장 취임 전 신에츠화학의 미국 자회사인 신텍을 이끌었다. 신텍의 경영에서 가장 집중한 분야는 슬림화와 강인한 기업체질이었다. 경영의 기본은 소수 정예로, 이들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는 시기에도 신텍은 ‘처음부터 구조조정된 회사’라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은 조직의 기본, 경영의 본질, 리스크와 성장, 인재의 활용, 인생과 만남 등 5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조직의 기본’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경영에 임한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기동성과 기능을 중시한 프로젝트팀이 성공의 핵심이다’ 등의 순으로 전개된다. 가나가와 회장은 “인사부서의 과다한 권한이 회사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전한다. 평상시 부하의 일하는 태도를 보고 있는 직속 상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 각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원들의 평상시 근무 태도를 볼 수 없는 인사부는 적절한 인재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2장 ‘경영의 본질’은 가나가와 회장이 생각하는 리더십과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소개하고 있다. 3장 ‘리스크와 성장’에서는 신규 사업 진출 및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 때의 리스크 판단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4장 ‘인재의 활용’에서는 인재 교육과 육성, 일하는 방법, 자기관리 비법에 대해 정리했다. 그는 형편없는 경영자의 전형으로 보이는 ‘조령모개(朝令暮改)’형 경영자를 예찬한다. 아침에 내리는 지시를 저녁에 바꾸는 우유부단한 경영자가 방침을 완고하게 움직이지 않는 경영자보다 낫다는 것. 경영자는 자신의 예측에 집착하지 않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방침을 발 빠르게 고쳐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나가와 회장은 5장 ‘인생과 만남’에서 업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알려준다. 일제시대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젊은 시절에 폐결핵을 앓았다. 인생의 위기가 올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켜주신다고 믿으며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갔다. 미국의 공습을 받으며 가까스로 현해탄을 건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빠져나왔던 경험이 담력을 키웠다고 회상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