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힘입어 올 상반기 직원 급여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가 30% 넘게 늘어난 증권사도 6곳이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양호한 실적이 이어졌지만 지난 6월부터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증권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호시절’이 계속되긴 힘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증시 호황에 성과급↑

메리츠證 8800만원 1위… 한화證 47% '껑충'
19일 각 증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8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 상반기 71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평균 급여를 1700만원(24%)가량 늘리면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각 증권사가 공시한 급여에는 기본급과 성과급 등 상여금이 모두 포함됐다. 증권가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은 직원 개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철저히 보수를 차등 분배하는 성과급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임원 보수 중 성과급 비중이 75.5%로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았다. 계약직 직원 비중도 62.1%로 20% 정도인 다른 증권사들보다 높다.

이런 기조는 미국 월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최희문 부회장이 2010년 대표 취임 후 지점 영업직원이 거둔 수익의 50%를 성과급으로 돌려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제 등을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메리츠는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작년 상반기보다 17.6% 증가한 26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메리츠종금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7700만원) 교보증권(7200만원) 하나금융투자(7100만원) 순으로 1인당 급여가 많았다.

작년 대비 급여 상승률은 오랜 실적 부진에서 빠져나온 한화투자증권이 47%로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1인당 급여가 작년 3800만원에서 올해 5600만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운용 손실로 2016년 192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6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고, 올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32.6% 증가한 5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밖에 DB금융투자 KB증권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의 급여 상승률이 30%를 넘었다.

각 증권사가 평균 급여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증시 호황으로 성과급 지급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엔 올해만 못할 것”

다른 증권사 직원들의 두툼해진 지갑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했던 증권사 직원들도 있다. 대신증권은 상반기 1인당 급여가 4300만원으로 작년(3800만원)에 이어 2년 연속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9.7% 증가하고,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738억원에서 1414억원으로 91.6% 급증했지만 직원 평균 급여는 500만원(13%)만 올랐다.

IBK투자증권은 주요 증권사 중 유일하게 1인당 급여수준이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상반기 4600만원이었던 평균 급여가 올해는 4500만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329억원에서 올해 376억원으로 14.3% 늘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상반기 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데다 상대적으로 고연봉인 기존 직원들이 많이 퇴직하면서 1인당 평균 급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가 내년에도 올 상반기 같은 수준의 급여 상승률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장 증권사로 구성된 KRX증권업지수는 올해 고점(1월29일) 대비 30.2% 하락했다.

오형주/강영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