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이 매도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엔 유진투자증권(사진)에서다. 개인투자자가 보유 수량 이상으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긴 사건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이후 연달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증권거래시스템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지고 있다.

또 유령주식 매도 사고… 이번엔 유진투자증권
금융감독원은 8일 “개인투자자 A씨가 최근 유진투자증권을 상대로 해외 주식거래와 관련한 분쟁 조정을 신청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유진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미국 인버스 ETF 종목인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다우30’ 주식을 665주 매입했다. 해당 주식은 지난 5월 현지 시장에서 4 대 1로 병합됐고 이로 인해 A씨가 보유 중인 주식 수는 665주에서 166주로 줄고, 주당 가격은 8.3달러에서 33.18달러로 올랐다.

그러나 유진투자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는 병합 이후 주식 수가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병합 전 보유 수량인 665주를 내다 팔아 1700만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얻었다. 유진투자증권이 뒤늦게 매도 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A씨의 매도 주문은 이미 체결된 뒤였다. 결국 유진투자증권이 A씨가 보유 수량 이상으로 매도한 499주를 시장에서 사들여 ‘구멍’을 메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은 A씨에게 주식 매입 비용을 요구하고 A씨는 이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며 “계좌에 잘못 들어온 남의 돈을 사용하면 넓은 의미의 횡령이 성립된다는 판례가 있지만, 유진투자증권 주식거래시스템 문제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여러 가지 법적인 부분을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 시장에서 주식이 병합되거나 분할될 경우 현지 예탁결제원에서 전산을 통해 국내 예탁결제원에 바뀐 사안을 전송하고, 예탁원은 이를 증권사에 전달한다. 증권사가 각각 전산시스템에 이를 입력해야 하는데 대형 증권사들은 실시간으로 자동 반영되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직원의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수작업으로 고객의 주식 변동 사항을 변경하는 시스템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예탁원 통지문을 보지 못해 HTS에 병합 내용이 곧장 반영되지 못했다”며 “고객 매도 이후 수차례 사정을 설명하고 차익 반환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해명했다.

하수정/김진성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