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지난달 12일 38만500원에 정점을 찍은 뒤 6월 말까지 12.35%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 ‘개전’ 등으로 수출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LG화학은 지난 24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2분기에 전지사업 부문이 전년 동기(75억원)보다 3.6배 많은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힌 게 투자 심리를 자극해 상승 드라이브를 세게 걸고 있다.
LG화학 '바닥 찍고 하이킥'
◆꿈틀대는 LG화학

지난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2000원(0.54%) 오른 37만4500원에 장을 마쳐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LG화학은 25~27일 13.31% 급등했다. ‘하이라이트’는 실적 발표 다음날인 25일이었다. LG화학은 이날 9.38% 급등해 2009년 7월31일(10.14%) 이후 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에 속하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위(26조4367억원) LG화학이 9% 넘게 급등한 것은 이례적이란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25~27일에 외국인과 기관은 LG화학을 각각 1170억원(유가증권시장 순매수 2위)과 853억원어치 사들였다.

기초소재·정보전자소재·전지·생명과학사업 부문과 자회사 팜한농 실적을 모두 합친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7033억원으로, 전년 동기(7269억원)보다 3.2% 감소했다.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으로 정보전자소재 부문이 영업손실(-219억원)을 냈고, 생명과학 부문 영업이익(158억원)은 16.40% 줄었다.

그런데도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인 데엔 전지사업 부문에 대한 기대감 확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작년 말 42조원이었던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은 6월 말 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이 2020년 말까지 70기가와트시(GWh)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90GWh로 늘려 잡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에 투자 중인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보수적 기업문화로 유명한 LG화학이 공개적으로 자신감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전지사업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번 실적 발표를 보고 성공의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中 CATL 시총 넘을 것”

LG화학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이 종목이 지난 1월29일의 연중 최고가(44만1500원)를 조만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4위(올 1~5월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기준)이자 석유화학업계 12위(2016년 매출 기준) 기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LG화학 시총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27일 기준 1652억위안·약 27조184억원)보다 커야 한다는 게 긍정론자들의 논리다.

반면 “맏형인 기초소재 부문이 부진할 전망이라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폴리에틸렌(PE) 등 석유화학 제품의 마진이 줄어들어 기초소재 부문 영업이익 증가 추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