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5조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재공모에 30명이 ‘도전장’을 냈다. 권한에 비해 책임이 무거운 자리인 데다 청와대의 인사 개입 논란까지 겹쳐 지원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지난 2월 1차 공모 때(16명)보다 두 배 가까운 지원자가 몰렸다.

국민연금 CIO 재공모에 30명 지원
국민연금공단은 19일 마감한 기금이사 공모 서류 접수에 30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서류심사를 거쳐 적정 후보군을 추린 뒤 면접심사와 인사 검증을 통해 최종 후보를 가린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종 후보를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명한다. 이르면 다음달 말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전·현직 공제회 및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급 인사들이 대거 지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총괄부문장(사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재호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CIO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후보군으로 꾸준하게 물망에 오른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대표는 이번에도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CIO는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로 업계에선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지난해 7월 7대 기금이사인 강면욱 본부장이 사퇴한 이후 1년간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이다. 지난 2월 시작한 1차 공모는 4개월 동안 시장에 온갖 억측만 남긴 채 불발됐다. 최종 후보였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추천을 받았으나 또 다른 배후의 압력으로 탈락했다고 폭로해 공정성 시비를 낳기도 했다.

이 와중에 1년간 본부장 직무대리를 맡아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어온 조인식 해외증권실장마저 지난 4일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기금이사와 8개 실장 자리 가운데 절반인 4자리가 공석으로 남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결국 국민연금은 기금이사를 재공모하기로 하고 이날까지 지원서를 받았다.

정영효/김대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