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LG디스플레이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력사업인 LCD(액정표시장치) 업황 부진으로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미래 먹거리 투자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0% 급락한 LGD '역대 최저가'도 깨지나
◆커지는 손실에 투자 여력↓

LG디스플레이는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00원(4.37%) 떨어진 1만7500원에 마감하며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올해 초 3만원으로 출발했던 주가가 불과 반년 만에 41.6% 하락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역대 최저(2008년 10월24일 1만6650원)인 1만600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각 증권사가 내놓은 LG디스플레이 2분기 예상 영업손실은 1628억원이다. 한 달 전(910억원 손실)보다 예상 적자폭이 커졌다. 신영증권은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2349억원으로 예상했다. 불과 3개월 전 전망치인 영업이익 1685억원은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됐다. 증권사들이 이익전망치를 급격히 낮춘 것은 중국 업체들의 설비 증설로 LCD 공급 과잉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BOE가 2분기부터 10.5세대 LCD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면서 65인치 TV 패널 가격을 250달러에서 200달러 초반으로 낮추는 등 저가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LCD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LG디스플레이는 OLED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대형 OLED TV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며 “OLED TV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늘리면 OLED 부문 흑자전환으로 지금보다 분위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OLED 투자가 예정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LG디스플레이가 7조4000억원을 투자해 짓기로 한 광저우 OLED 공장 착공 승인을 계속 미루고 있다. 최근 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투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9조원 투자가 예정돼 있는데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흐름은 3조원 남짓한 수준이라 투자재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LG그룹주펀드에도 ‘불똥’

LG디스플레이 주가가 급락하자 LG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인 LG전자도 타격을 입었다. LG전자는 지난 3월22일 연중 최고가(장중 11만4500원)를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 28일 8만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락률이 29.3%에 달한다.

LG전자 주가 하락은 실적보다 LG디스플레이 지분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LG전자의 LG디스플레이 지분법 손실이 2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를 담은 LG그룹주펀드도 큰 손실을 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1’은 연초 이후(지난 27일 기준) 8% 손실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LG그룹+펀더멘털’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16.9%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중 상당수는 녹인 배리어(손실 가능 구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주가가 3만원대였던 기간에 발행된 ELS 중 녹인 배리어 55% 상품은 주가가 1만6500원 밑으로 내려오면 손실 구간으로 진입한다”고 말했다.

오형주/송종현/마지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