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사진)의 38번째 선택은 자동차 부품회사였다. 프로펠러 샤프트 부품 제조사인 KDA 지분 100%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진 회장의 이번 선택은 다소 의외라는 게 업계 평가다. 내수시장 침체와 전기차 시대 개막으로 전통 자동차 부품사업이 투자업계에서 홀대받고 있는 가운데 과감한 베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진대제 '승부수'… 이번엔 車부품사 선택
업황이 부진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국내 부품사 가운데는 ‘옥석 가리기’를 할 만한 알짜 매물들이 있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2015년 한국 시장을 떠났던 델파이(작년 말 앱티브로 사명 변경)가 자동차 커넥터(전선과 전자장비를 연결하는 부품) 전문 회사인 KUM을 5억달러(약 550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카이레이크는 확실한 기술력과 시장을 확보한 회사라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부진을 국내 완성차 회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탓으로 보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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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A는 샤프트, 요크 등 프로펠러 샤프트 주요 부품 관련 미국 시장 1위 회사다. 히타치, IFA, NDL, AAM 등 전 세계 주요 프로펠러 샤프트 제조사들이 KDA의 기술력을 인정해 제품을 납품받고 있다. 관련 부품을 자체 제작하는 세계 1위 GKN 정도가 예외일 뿐 2~5위 회사가 모두 KDA 고객이다. 세계 2위 회사인 IFA의 납품 계약을 따내는 등 판로를 확대하면서 지난 2년간 매출과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이 연평균 16%, 30%씩 늘었다.

프로펠러 샤프트를 쓰지 않는 소형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것도 KDA에는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KDA가 강세를 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 대형차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어서다. SUV 등 전 세계 대형차량 시장은 2014년 1749만 대 규모에서 지난해 2097만 대로 연평균 6.2%씩 성장했다. 업계는 2024년까지 대형차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2.6%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6년 설립 이래 정보기술(IT)과 전통 제조업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온 스카이레이크의 투자 이력도 색안경을 끼지 않고 자동차 부품업을 볼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자동차 및 산업용 모터를 생산하는 SCD(2010년), 산업용 테이프 회사 테이팩스(2013년), 자동차 및 산업용 플라스틱 제조사 폴리피아(2014년), 산업 인증 서비스 회사 KCTL(2014년) 등 자동차 부품사업과 비즈니스 구조가 비슷한 회사를 다수 인수해서다. 2012년에는 코다코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소수지분을 사들인 적도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온라인 숙박 서비스 등 비제조회사로도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8호 펀드를 만든 2014년부터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이 있다면 펀드 운용자산의 10~20%가량은 비제조업에도 투자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형 매물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투자 경쟁을 벌인 결과 정보통신 업체만 고집해선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KDA 투자로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6300억원 규모로 조성한 10호 펀드 투자금 상당 부분을 쓸 수 있게 됐다.

스카이레이크에 팔리기 전까지 KDA는 박명종 대표와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박 대표는 승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영권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KPMG 회계법인이 매각을 주관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