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국내 증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남북한 경제협력 기대가 이미 증시에 많이 반영됐고, 시장의 관심이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다음 이벤트로 이동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힘 못쓴 남북경협株
◆남북 경협주 대부분 하락

이날 코스피지수는 1.32포인트(0.05%) 내린 2468.83에 마감했다.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동과 발언에 따라 출렁였다. 정상회담 기대에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9% 오르며 출발했다. 오전 10시4분 양국 정상이 만나 악수한 뒤 상승폭이 커져 10시30분에 이날 최고점인 2479.56(0.38%)까지 올랐다. 하락세로 전환한 코스피지수는 오후 1시40분께 트럼프 대통령의 “환상적인 회담”이란 발언에 다시 강보합으로 돌아섰으나 결국 소폭 하락한 채 장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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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대북 관련 기대가 이벤트 소멸로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신흥국에서 돈이 빠지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 경협주는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현대사료가 10.32% 빠진 것을 비롯해 쌍용양회(-6.06%), 현대로템(-4.69%), 현대건설(-3.73%) 등 주요 건설·철도·시멘트 업체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부진 우려와 애플과의 특허침해 소송 때문에 1% 하락한 것도 코스피지수가 약보합을 보인 요인이 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268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은 전기전자업종에서만 79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눈이 FOMC 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로 향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아시아 증시도 혼조세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9%, 호주 ASX200지수는 0.15% 올랐으나 대만 자취안지수는 0.04%,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1.85% 내렸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 횟수에 촉각

한국시간으로 14일 오전 3시 결과가 발표되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0.25%포인트)이 확실시된다. 관건은 올해 몇 번이나 금리를 올릴지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4회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내외 채권 금리가 상승 압력에 노출되고, 강달러로 인해 취약한 신흥국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끝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큰 흐름이 다시 확인됐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통한 증시 상승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북핵 위기가 불거졌을 때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며 “주변 정세에 따른 증시 영향력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한반도 긴장 완화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오늘 회담에서 나온 큰 그림은 이미 증시에 반영됐고,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와야 증시도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최만수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