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0일 오전 5시11분

한국 기업 사상 최대인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어치 글로벌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둔 한화생명이 본격적인 투자자 모집에 들어갔다. 국내 최상위 신용도를 가진 대형 생명보험사가 비교적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란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2021년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 확충에 한창인 보험사들 사이에서 해외 시장이 매력적인 자금 조달처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화생명, 10억弗 영구채 흥행 조짐
◆10억달러 투자수요 모집 ‘개시’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10억달러 규모 글로벌 영구채 발행을 위해 최근 미국 아시아 유럽 등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열고 있다. 이번주 투자설명회를 마치고 다음주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거쳐 이달 말 발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영구채 만기는 30년이며 발행 후 5년째부터 한화생명이 조기상환권리(콜옵션)를 행사할 수 있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발행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발행사가 청산될 경우 원리금상환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이기 때문에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

채권시장에선 통상 발행기업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란 전제 아래 영구채에 투자한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 영구채는 투자자들 사이에 ‘만기 5년인 고금리 우량 회사채’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영구채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등급 중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A3’로 기업 신용등급(A1)보다 두 단계 낮게 평가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정도 신용도를 갖춘 기업이 발행하는 영구채 금리는 일반 회사채보다 꽤 높게 결정되는 감안하면 한화생명 영구채도 기관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수준의 금리로 발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상위 신용도(AAA)인 한화생명으로부터 5년간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해외 자금조달 봇물

한화생명은 영구채 발행으로 10억달러를 확보하면 지난해 말 206%인 지급여력(RBC)비율을 230% 이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2021년부터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RBC비율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회계상 부채 규모가 늘어 자본적정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미리 자본을 늘려 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권고 대상이 된다.

보험업계에선 한화생명 영구채가 흥행에 성공하면 다른 보험사들의 해외 자금조달 움직임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 RBC비율이 가장 낮은 KDB생명(지난해 말 기준 108.5%)은 다음달 초 3억달러(약 3200억원) 규모 글로벌 영구채 발행에 도전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흥국생명이 글로벌 영구채를 발행한 뒤 여러 보험사들이 해외 자금조달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KDB생명 영구채까지 수요 확보에 성공하면 다른 보험사들도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이태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