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삼성전기삼성SDI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팔아 수천억원대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되면 삼성전기·SDI 수혜 기대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펴낸 분석 보고서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삼성전기는 6800억원, 삼성SDI는 3300억원대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각각 삼성전기 시가총액의 8.7%, 삼성SDI 시총의 2.5%에 해당한다”며 “배당여력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기는 삼성물산 지분 2.61%(약 500만 주), 삼성SDI는 2.11%(약 404만 주), 삼성화재는 1.37%(약 262만 주)를 갖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지분 취득가가 현 주가보다 높아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물산 보유 지분 가치는 이미 시장가로 평가돼 재무제표에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에 당장 주식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세 계열사 주가가 일관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SDI만 3.64% 올랐고,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각각 2.37%와 0.37% 하락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보유 지분 매각이 바로 해당 종목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기보다 무수익 자산인 지분을 현금화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각 계열사가 손에 쥔 현금으로 무엇을 할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