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유통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올 들어 시가총액 증가율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증시가 조정을 거치면서 10대 그룹 중 상당수 기업 시총이 작년 말보다 감소했지만 두 그룹은 12%대 증가율을 나타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유통 라이벌' 롯데·신세계, 증시서 수익률 경쟁 '후끈'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상장 계열사 7개)의 지난 9일 기준 시총은 13조7346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2680억원)보다 12.98% 증가했다. 10대 그룹 중 현대중공업그룹(5개·34.64%)에 이어 증가율 2위다.

롯데(10개)는 이 기간 29조1079억원에서 32조6305억원으로 12.10% 불어나 3위에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연초 이후 시총 증가율 순위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형성된 이 같은 구도는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작년에는 신세계의 시총이 1년간 41.81% 증가해 7.49% 늘어나는 데 그친 롯데를 압도했다. 신세계는 전자상거래 부문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작년 한 해 SK그룹(17개·40.55%)에 이어 두 번째로 시총 증가폭이 컸다. 반면 롯데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1년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롯데는 시총 증가율 에서 10대 그룹 중 7위에 머물렀다.

올 들어 롯데의 시총 증가를 이끈 곳은 화학, 식품, 금융 등 비(非)유통 부문 계열사다. 롯데제과가 19.86%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롯데손해보험(18.28%) 롯데케미칼(16.71%) 롯데칠성(15.27%) 등의 순으로 많이 늘어났다. 대부분 실적 개선 기대가 크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내 시총 1위인 롯데케미칼은 올해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겨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 전망이다.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1.07배로 미국(4.8배) 독일(2.4배) 등의 유통업종보다 낮다.

롯데는 배당 확대라는 ‘신무기’도 장착했다. 롯데는 지난해 8월 지주회사를 출범하면서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4개사의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을 중장기적으로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세계는 새 먹거리에 대한 성장 기대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 신세계I&C는 그룹의 전자상거래 사업 육성 의지에 힘입어 올해 시총 증가율이 96.04%에 달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