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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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한국과 미국의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투자로 손실을 볼 위험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보유 채권의 잔존 만기(듀레이션)를 가급적 짧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향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에 베팅해 자본 차익을 노리기보다 국채보다 높은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우량 신용등급 회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 상승세 당분간 계속

[채권 투자 전략] 우량 회사채·超단기채 올라타라
국내 채권시장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9일 연 2.744%에 마감했다. 연초(연 2.489%)보다 0.25%포인트가량 높아진 수치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9일 연 2.8965%로, 연초 대비 0.43%포인트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중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달 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 경우 한국과 미국 시중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픽스드인컴운용팀장은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라며 “Fed의 통화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도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미 한은의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선(先)반영한 수준까지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만기는 최대한 짧게”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도 은행 예금이나 국고채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채권형 상품으로 잔존 만기 6개월 이하 채권에 투자하는 초단기채 펀드와 회사채(금융채 포함)를 주로 담는 회사채 펀드를 꼽았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권 만기가 길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이 커지는 만큼 만기를 최대한 짧게 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표적 국내 초단기채 펀드에는 유진자산운용의 ‘유진챔피언단기채’(설정액 1조7913억원)와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단기채권’(8520억원)이 있다. 지난 1년간 수익률(선취 수수료가 없는 C클래스 기준)은 유진챔피언단기채가 1.98%, 동양단기채권은 1.92%다. 두 펀드 모두 국내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1.14%)을 웃돌았다.

유진챔피언단기채를 운용하는 윤성주 유진자산운용 채권운용1팀장은 “채권보다 시중금리 움직임의 영향을 덜 받고 표면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어음(CP)을 매입해 변동성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오른 채권을 선별 매수한 뒤 만기 보유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나가면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손실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초단기채 펀드는 별도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환매가 가능한 데다 은행 정기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채 펀드도 올 들어 시중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 회사채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1555억원으로 가장 많은 ‘한화코리아밸류채권’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6%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이승수 한화자산운용 픽스드인컴전략운용팀 부장은 “주식보다 변동성은 낮으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들이 일정 기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우량 회사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