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인 영진약품은 9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체 영업직원의 절반가량인 100여 명에게 ‘특명’을 내렸다. 이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영업 전선에 나가는 대신 전국을 돌며 소액주주를 만나고 있다. 지난해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이 폐지되면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의결권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8일 “소액주주가 5만 명을 넘다 보니 의결 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주총을 앞둔 상장사들이 직원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비상’이다.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영진약품 최대주주인 KT&G의 지분은 52.45%다. 47.55%는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다. 감사위원을 선임하려면 의결권 지분(대주주 3%+소액주주 47.55%) 가운데 25% 이상의 찬성표(전체의 12.63% 이상)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이 회사 주총에 참석한 국내 소액주주 의결권 지분은 전체의 0.5% 수준에 불과했다.

상장사가 감사(위원)를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퇴출을 피한다고 해도 과태료를 내야 하고, 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주총 전자투표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기대 이하다. 직원을 동원할 수 없는 기업들은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소액주주 지분이 85%인 SK증권은 최근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 로코모티브와 계약을 맺었다. 이태성 로코모티브 사장은 “섀도보팅 폐지 후 상장사들의 문의는 40배, 계약은 두세 배 늘었다”고 말했다.

■ 섀도보팅

shadow voting.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여 주주의 찬성·반대 비율대로 주주 의결권을 대신 행사한다. 지난해 말 폐지(일몰)됐다.

노유정/조진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