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제약·바이오 기업 대다수가 상장 당시 투자자에게 제시한 미래 추정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례상장한 바이오 새내기주들 '실적 뻥튀기'
기술특례 상장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문가들은 “제품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상 미래 실적을 추정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일부 업체는 상장 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래 실적을 부풀려 잡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3년간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22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순이익이 상장 전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추정 순이익을 웃돈 기업은 아스타 한 곳뿐이었다.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상장 당시 이익이 나지 않고 있는 만큼 2~3년 뒤 달성할 수 있는 추정 순이익을 토대로 신주 공모가를 산출한다. 2015년 7월 상장한 펩트론은 공모 당시 2017년 순이익을 61억원으로 추정한 뒤 유한양행 등 상장 제약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을 적용해 최초 공모가를 주당 9000~1만2000원으로 산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5년 11월 상장한 아이진은 지난해 403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분기까지 67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바이오리더스, 팬젠, 강스템바이오텍, 안트로젠 등은 지난해 실적이 추정 순이익보다 100억원 이상 적었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은 “미래 실적을 추정할 때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이나 업황 전망 등 가정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실적과 괴리가 생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바이오 랠리’에 눈 높아진 기업들

전문가들은 기술특례 상장사의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예측을 해당 기업과 상장 업무를 주관한 증권사가 전적으로 맡다 보니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특례 상장사는 상장심사 청구 전 외부 검증기관으로부터 기술력과 성장성 심사를 받지만 공모가 산정을 위한 미래 실적 추정은 최종적으로 주관사가 전담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을수록 IPO 주관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관 증권사들이 미래 실적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등 기존에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가 ‘고공비행’을 이어가면서 상장 후발 기업의 ‘실적 부풀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2016년 12월 상장한 신라젠 주가는 공모가 대비 558.7% 급등(지난 23일 종가 기준)했다. 앱클론(상승률 494.0%), 파크시스템스(371.7%), 펩트론(340.0%) 등의 주가도 크게 뛰었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기업은 유앤아이(-52.7%), 로고스바이오(-49.0%) 등 네 곳에 불과하다.

● 기술특례 상장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과 순이익 등 코스닥 상장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외부 검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 2005년 도입된 뒤 48개 회사가 이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