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5년 전 발행한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당분간 상환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만큼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012년 12월 말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채 200억원어치에 붙은 조기상환 권리(콜옵션)를 올해 말까지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영구채를 발행한 지 5년째인 지난달 27일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졌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이자비용 부담은 더 커졌다. 이 영구채의 금리는 조기 상환이 가능해지는 지난달 27일부터 연 7.05%에서 연 9% 중후반으로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채권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14일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6000억원 중 4000억원을 선박 구매 및 국내외 항만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내년부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기 때문에 영구채 금리 상승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41.4%였던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유상증자 이후 300%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