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한국경제 DB)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한국경제 DB)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은 13일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앞두고 "'제1호 초대형IB'로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있고, 혁신기업의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사장은 이날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IB 지정 안건 의결 직후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발행어음 업무 선두주자로 개인·기업·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증권사 5곳의 초대형 IB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사업을 5곳 중 가장 먼저 시작한다. 금융위가 금융감독원 심사를 가장 먼저 통과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한 결과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두 배 한도로 어음을 발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 등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자기자본이 4조4019억원(올해 상반기 말 기준)인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어음 발행을 통해 1조원 가량 투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 허용은 다수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수탁이 가능하고, 기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와 같이 헤지자산과 담보관리 부담이 없기 때문에 운용에 제약이 없는 상당히 강력한 자금조달원을 보유했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그는 "어음 발행을 통해 최대 8조원까지 조달이 가능하지만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목표는 올해 말 1조원, 내년에는 4조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3년차는 6조원, 4년차는 8조원 이상까지 어음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발행어음 운용전략과 관련해 유 사장은 "기업금융 자산은 가능하면 초기에 50% 이상 투자할 예정이고, 부동산자산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30% 이내에서 유동성비율 100% 이상을 준수해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행어음이란 신규 수익원 확보를 통해 수익성 향상을 도모하고 이를 통한 자기자본 규모 확대와 추가 대형화를 이뤄 글로벌 IB로의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 사장은 "순영업수익 중 일반수수료 영업 비중이 80%, 고객 및 고유자산 운용수익이 20%이던 기존 수익구조가 바뀔 것"이라며 "향후 3년 차에는 발행어음과 연계된 기존 IB부문과의 활발한 시너지를 통해 '수수료영업 70%, 운용수익 비중 30%'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기존의 모험자본 투자 경험을 살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이큐파트너스 등 모험자본에 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유 사장은 "초대형 IB는 자금조달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투자 대상을 찾아올 수 있는 운용의 경쟁"이라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 자금 공급의 선순환을 통해 성장을 유도해나가는 등 혁신기업의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IB의 사업영역은 거의 국내시장에 국한돼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원하는 글로벌 대형IB의 선두주자 역할을 충분히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부했다. 유 사장은 "향후 국내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동반자로서 역량을 충실히 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은 우선 어음 발행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취급하게 된다. 각 증권사별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초대형 IB 출범은 2011년 7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대상으로 초대형 IB 육성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한 지 6년4개월 만이다.
유상호 한국證 사장 "어음발행 제1호 초대형 IB…무한 책임 느껴"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