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의 응축된 욕망과 감정을 형상화해 보여주는 두 작가의 합동 전시회 ‘와일드 앤 아웃’이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다음달 25일까지 열린다.

미국 작가 헤르난 바스는 ‘강가에서 목욕하는 두 사람’ 등 그림 5점을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바스는 인간의 여리고 불안한 내면세계, 특히 동성애를 암시하는 코드를 높은 긴장감과 함께 보여주는 작가다. ‘강가에서 목욕하는 두 사람’에서는 양치식물이 붙어 있는 창살 뒤로 두 남자가 목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림의 구도는 마치 보는 관객이 이들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색체는 전반적으로 우중충하고 두 남자의 표정도 어둡다. 바스는 “강가에서 목욕하는 모습은 전통적으로 회화에서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것으로 많이 쓰였다”며 “우울한 표정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도 작가는 인간 내면에 대한 프로이트(정신분석학자·1856~1939)적인 해석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 8점을 내걸었다. 정 작가의 아버지는 정신분석학자로 유명한 정도언 서울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다. 정 작가는 강렬한 원색과 격렬한 선을 통해 소용돌이 치는 인간의 내적 욕망을 표현했다. 그의 그림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하려면 그림 내에 숨어 있는 다양한 프로이트적 상징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작품 ‘B 스터번(B stubborn)’을 보면 그림 중간에 복숭아가 있고 그 주위에는 전구 모양의 원, 선인장 등이 있다. 복숭아는 탄생을 상징하고 전구 모양의 원은 죽음을, 선인장은 억압을 상징한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게 녹여낸 작품들”이라며 “두 작가 예술세계의 독창성과 공통 분모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전시회”라고 소개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