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16조 넘는다"…삼성전자 실적전망 '고고'
“반도체업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좋다. 디스플레이사업도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 기업설명(IR)팀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측이 밝힌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전망을 들은 애널리스트들은 깜짝 놀랐다.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14조665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증권사들의 전망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8일 앞다퉈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목표주가를 330만원까지 올린 곳도 나왔다.

◆4분기 영업이익 16조5000억원 달할 듯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만8000원(2.00%) 오른 245만4000원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올랐다. 한동안 주춤했던 삼성전자는 어느덧 지난 7월20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256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거침없이 치솟던 삼성전자는 7월 말 이후 급등세를 멈췄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회사 측이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게 영향을 미쳤다.

때마침 JP모간 UB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시장에서 공급과잉으로 D램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1심)가 이어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주식 1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최근 D램 반도체값이 반등하면서 다시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시 전 증권가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갤럭시노트8’까지 초반 흥행에 성공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날 5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일제히 올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13조8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목표주가는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노무라금융투자와 함께 증권업계 최고치다.

4분기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사상 최대인 16조5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동부증권은 종전 13조6000억원에서 15조5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 상향 조정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연말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영업이익만 1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자기주식 매입도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매입한 약 220만주(보통주)를 소각했다. 이익은 계속 늘어나는데 주식 수가 줄어들다 보니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 수)은 급증하고,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8.2배로, 2013년 7.8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도시바 매각 지연도 호재

다른 IT주들도 반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68% 오른 7만26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7만3000원)에 근접했다.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이 지연되는 게 국내 업체들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도시바 매각 지연은 국내 업체들에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라며 “도시바의 투자활동이 악화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방업체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에 코스닥시장의 반도체 생산 장비업체인 원익IPS(6.89%) 유진테크(3.56%) 테스(3.24%) 에스에프에이(2.77%) 등이 크게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