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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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힌 제약·바이오주가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계약 해지 충격 이후 업계 전반의 연구개발(R&D) 능력에 대한 불신과 주가 고평가 논란에 찬바람을 맞았지만 최근 가파르게 반등하는 모습이다.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와 함께 ‘치매 국가책임제’ 등 새 정부의 정책 혜택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투자심리를 회복시켰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 충격’서 벗어나나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의약품업종지수는 136.74포인트(1.45%) 상승한 9567.80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10포인트(0.13%) 하락했지만 제약·바이오주는 약세장 속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0.43%)를 비롯해 한미약품(0.90%) 셀트리온(1.77%) 종근당(4.51%) 녹십자(2.78%) 등이 일제히 빨간불(주가 상승)을 켰다.

의약품업종지수는 지난해 12월2일 6988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3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0.2%)을 훨씬 웃돈다. 작년 두 건의 기술수출계약 해지와 고평가 논란 이후 주가가 1년 새 60% 가까이 하락했던 한미약품은 이날 39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7개월 만에 40만원대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분기 호실적과 신약 개발 호재, 글로벌 임상 재개 등으로 ‘파이프라인’(연구단계 프로젝트) 가치도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에 에페글라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목표 주가를 42만원으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올 들어 54.0% 급등하면서 제약·바이오주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BMS와 로슈 등 6개 바이오 기업들로부터 9개 제품도 수주했다. 3만L 규모 1공장 가동률은 100%에 이른다. 시험 생산 중인 2공장 가동도 눈앞에 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의 주사형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품목 허가를 앞두고 있다.

해외 시장에선 ‘화이자 가격 인상’이란 호재가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화이자는 이달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비롯한 91종의 의약품 가격을 20% 올렸다. 관련 복제약을 판매하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국내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제약·바이오주…아픔 딛고 돌아오다
◆“주가 급락으로 가격 매력 커져”

문재인 정부의 핵심 복지 공약인 치매 국가책임제에 따른 수혜 전망도 제약·바이오주의 강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인프라 구축 방안 예산 2조3000억원을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시켰다. 연내 1418억원을 들여 47곳인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시·군·구 252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605억원을 투입해 34곳인 치매안심병원을 79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치매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주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명문제약은 이날 가격제한폭(29.9%)까지 오른 6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제약(24.6%) 씨트리(18.6%) 메디프론(11.9%) 대웅제약(6.39%) 등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글리아티린 복제약 ‘알포아티린’으로 작년 119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유한양행(1.83%)도 수혜주로 분류된다. 아리셉트 복제약인 ‘뉴토인’을 지난해 122억원어치 판매한 삼진제약도 마찬가지다. 이승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주가 조정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완화됐다”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형 제약업체들부터 주가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정진/최만수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