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보잉 항공기 2대 직접 샀다
하이투자증권이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손잡고 보잉사 항공기 두 대를 사들였다. 국내 금융회사가 항공기 채권·펀드에 투자한 사례는 많지만 항공기를 직접 인수해 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가 10곳은 최근 중국 금융회사로부터 보잉777-300ER 항공기 두 대를 2억900만달러(약 2340억원)에 인수했다. 이 항공기는 2009년 제작됐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이 2021년까지 임차(리스)해 사용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보잉 항공기 2대 직접 샀다
하이투자증권 등은 후순위(이익참가부사채·1000만달러)와 중순위(7600만달러)·선순위(1억2300만달러) 대출 등으로 인수대금을 충당해 항공기를 사들였다. 후순위 채권은 하이투자증권이 직접 500만달러(약 56억원), 나머지 500만달러어치는 국내 캐피털사 여러 곳이 나눠서 매입했다. 투자자들은 연 8%대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임대가 끝나는 2021년 에미레이트항공에서 항공기를 넘겨받아 매각,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보잉 항공기를 시중 거래가격보다 저렴하게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행정공제회(2000만달러)를 비롯한 기관이 중순위 대출을 실행하고 연 4~5%대 금리를 받는다. 1억2300만달러(약 1380억원) 선순위 대출은 독일 DVB은행 등이 나서고 연 3% 수익률이 예상된다. 중순위·선순위 대출 투자자는 리스료 등을 재원으로 2021년까지 고정금리를 받게 된다.

하이투자증권의 이번 거래는 국내 금융회사가 항공기를 인수하고 운용리스도 하는 첫 사례다. 이 증권사는 2014년 싱가포르항공의 에어버스380에 투자하는 등 이번까지 네 차례 항공기에 투자했다.

보잉에 따르면 세계 항공기금융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연 6%씩 증가할 전망이다. 항공기 제조업체가 에어버스와 보잉에 불과해 공급과잉 우려도 없는 만큼 안정적 수익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그동안 부동산금융 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항공기를 비롯한 대체투자처를 여럿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익환/김대훈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