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에 떨던 애널리스트…합병·IPO 붐타고 몸값 '껑충'
지난 몇 년간 업계 구조조정 1순위였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영입·이직이 활발해진 데다 기업공개(IPO)시장 활황으로 애널리스트를 찾는 기업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072명이었던 국내 56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지난 10일 기준 1112명(40명 증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 수는 2012년 1386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말까지 매년 100여명씩 줄었다. 애널리스트 숫자가 늘어난 건 201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우선 바이오·제약,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세와 IPO 활성화로 해당 분야의 애널리스트 수요가 늘었다. 특히 상위권 애널리스트에 대한 영입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업계 내부에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초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의 삼성증권 이직이다. 이 연구원은 2014년 이후 바이오·제약 부문의 간판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앞두고 바이오·제약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 연구원에게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공동주관사인 NH투자증권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이오로직스 IPO 과정에서 기업설명회(IR) 등의 역할을 해줘야 할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최근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영입 목록에 올려두고 인터뷰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역량을 인정받는 바이오 제약 부문 애널리스트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며 “이 때문에 제약사 연구원 등 외부 인력에 눈길을 돌리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M&A를 앞둔 증권사의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증권과 통합할 예정인 KB투자증권은 올 들어 3명의 애널리스트를 추가 영입했다. 미래에셋대우와의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도 2명을 늘렸다. 반면 피인수 증권사인 현대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선 각각 4명의 애널리스트가 줄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합병 후 중복되는 영역의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자리를 옮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전 사장 체제에서 붕괴됐던 리서치센터 재건 작업에 나서며 올 들어서만 10명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프랑스계 BNP파리바증권은 지난 7월 리서치 조직을 한국에서 철수시켰다. 일부 인력을 구조조정한 뒤 나머지 인력은 아시아 사무소가 있는 홍콩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계인 맥쿼리증권도 법인영업 부문 부진으로 애널리스트 5명을 줄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