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활기를 띠었던 신규 상장기업 주식(공모주)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 장세에서 중소형 상장기업의 주가 흐름이 주춤한 데다 ‘공모가 거품’ 논란 속에 수요예측(경쟁입찰 방식의 사전청약)에서 낮은 가격을 쓰는 기관투자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공모가 거품에…싸늘해진 기관 공모주 투자
◆급락하는 공모주 투자수익률

2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 13곳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7.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차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상승(202.00%)한 엔지스테크널러지를 제외한 수익률은 -9.14%에 그친다. 상반기에 상장한 기업 주가가 공모가 대비 31.97% 오른 것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특히 사전 수요예측을 통해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다. 하반기 상장한 기업 중 시초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기업은 30.76%(4곳)에 달한다. 투자한 기업 10곳 중 3곳은 손실을 본 셈이다. 기관은 보통 공모주 물량을 시초가 또는 상장 당일에 팔아 10~20%의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한다. 상반기엔 손실 비율이 8.69%에 불과했다. 지난 한 달 동안 114개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0.14% 하락했다.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 실패가 늘다 보니 기관투자가의 심리가 얼어붙었다. 적외선 가열 조리기 생산업체인 자이글은 당초 회사 희망 공모가 밴드(2만~2만3000원)의 절반인 1만1000원에 공모가를 책정했다. 올해 가장 큰 하향 폭이다. 기관 경쟁률은 18.90 대 1이었지만 공모밴드 이하의 가격을 적어낸 기업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업체인 까사미아의 청약 경쟁률은 더 저조해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한 공모주 펀드매니저는 “30여곳의 기관에 투자 여부를 물었지만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기관 청약이 올 들어 처음으로 미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완구업체인 헝셩그룹과 가전업체 대유위니아도 공모가밴드 하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상반기 공모가가 밴드 상단 또는 그 이상에서 정해진 비율은 78.26%(18곳)에 달했다.

◆“중소형주 과욕 부리면 안돼”

기관투자가들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공모가가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이글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쿠쿠전자 코웨이 등을 비교(피어·peer)그룹으로 정했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영업이익 등을 감안해 공모밴드를 정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홈쇼핑업체 매출이 80.6%에 달하고 한 제품의 매출 비중(99.1%)이 높은 자이글과 이들 기업을 비교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업계 1위인 한샘 등을 비교그룹으로 삼은 업계 6위 까사미아도 공모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성호 오라이언자산운용 상무는 “업계 1위 대비 이외 기업의 PER은 보통 30~40%는 할인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에코마케팅 장원테크 등 공모주 투자 실패 사례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시장이 냉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들이 크게 오르고 있는 시장 상황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하반기 상장기업은 모두 시가총액 3000억원 이하의 중소형주다. 우준식 동양자산운용 공모주 펀드매니저는 “호텔롯데 상장이 미뤄진 데다 중소형주가 소외되는 최근 장세에선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