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던 삼양사와 KTB투자증권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KTB투자증권이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고 사외이사를 추천하자 최대주주인 삼양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늘리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TB2007사모펀드'를 통해 전북은행에 투자하고 있는 KTB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고 사외이사 후보 1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기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이를 부결해 이사회 진입이 좌절됐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사외이사가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한 구조가 문제"라고 반발했다. 기존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들로만 이사회가 구성돼 주주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지난 13일 주주총회에서 임용택 페가수스PEF 대표이사와 성제환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 전북은행 측은 "은행 경영에 적합한 인사들로 구성한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KTB투자증권의 경영 참여 움직임에 맞서 기존 대주주인 삼양사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사는 KTB투자증권의 지분 확대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주주 지위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삼양사는 지난 3일 마감된 주주 배정 유상증자와 주식 배당을 통해 지분율을 13.33%로 늘리면서 KTB투자증권(11.33%)을 2대주주로 밀어낸 상황이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4.96%의 지분을 확보한 페가수스PEF도 삼양사의 우호 세력으로 전해졌다. 반면 KTB투자증권은 최근 전북은행 주가가 액면가 이하라는 이유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적대적 인수 · 합병(M&A)을 하려는 의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영 참여를 가로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양사 관계자는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렸다"며 "KTB를 견제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북은행 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20원(0.45%) 내린 4420원을 기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