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식시장이 미국발 한파로 사흘째 하락세를 보이며 심리적 지지선인 1,800선의 지지력을 시험하고 있다.

작년 8월 이후 튼튼한 지지선 역할을 해온 1,800선이 무너질 경우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주저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1,800선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1월 중순 이후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피지수, 장중 1,800선 하회 = 이날 오전 10시3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24.25포인트(1.33%) 떨어진 1,801.98을 기록 중이다.

뉴욕증시의 급락 소식에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1,794.15까지 추락했다가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이 다소 줄었다.

전날(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지수가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의 파산설 등으로 부동산시장 침체와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1.8~2.3%대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도 악화됐다.

같은 시각 일본 닛케이지수(-0.75%)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6%), 홍콩 항셍지수(-0.64%), 싱가포르 ST지수(-0.66%) 등 아시아 주요국 지수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 지지선은 1,750~1,770선 예상 =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1,800선의 지지력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나 대외악재로 인해 지지력에 대한 신뢰는 상당 부문 훼손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시황 보고서에서 "주식시장은 1,800선의 지지력을 시험 받고 있는데, 미국 시장의 하락과 맞물려 지지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1,800선의 지지가 무산될 경우 일련의 공포심리로 인해 주가가 한 단계 주저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작년 4.4분기 및 12월의 미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거시경제지표들이 당분간 부정적이어서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다 프로그램 매물 소화과정이 진행되면서 국내 증시가 1,800선을 위협받는 모습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1,800선이 무너질 경우 다음 단기 지지선은 1,750~1,770선이 될 전망이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다음 지지선은 작년 11월에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1,800선 밑으로 떨어졌을 때 지지선 역할을 한 1,770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800선 이하에선 저가 매수 유효 = 대외악재가 연초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지만 1,800선 이하에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이 연구원은 "1,800선 이하에선 가격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구간"이라며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주가이익배율(PER)이 12배 미만 이하이므로 가격 매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의 김 팀장도 "당분간 대외악재로 인해 지수가 1,800선 이하로 진입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 변동 성격이 강하다"며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발표가 시작되는 중순 이후 상황 개선을 염두에 둔 전략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긍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신흥시장-뉴욕증시 디커플링 주목해야 = 아울러 중국 등 신흥시장이 뉴욕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 증시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뉴욕증시는 헤매고 있지만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일부 신흥시장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요한 점은 국내 증시가 과연 어느 쪽에 가까이 위치해 있느냐인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증시 재평가와 견조한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낮아지는 미국 시장 의존도 등을 감안할 때에는 잘 나가는 신흥시장 쪽에 조금 더 가깝다"고 말했다.

1월 중순 이후 주식시장의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어도 현 시점에서 주식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