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개인투자자들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채권시장은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왔다.

개인들도 일부 돈 많은 사람을 중심으로 개별 증권사의 특판용 채권을 사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8월 채권의 종류나 금액이 다양한 소매채권시장이 열리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렸다.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도 사라졌다.

소매채권시장은 호가 수량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채권을 개인이나 일반 법인이 거래할 수 있도록 증권선물거래소가 개설한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소매채권시장도 주요 재테크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 곁으로' 일단 성공

2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3개월간 소매채권시장은 누적거래량 1조4212억원,일평균 거래량 229억원을 기록했다.

위탁거래 비중은 50%를 넘었다.

개인이나 일반법인의 채권거래 수요에 부응한다는 시장 개설 취지에 어느 정도 부합했다는 평가다.

채권 위탁거래 비중은 지난 8월 34%에서 이달엔 63%로 늘어나 증시 침체기 대체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종류별로는 금융채 통화안정증권(통안채) 회사채 순으로 인기가 많았으며 만기별로는 1년 미만의 단기채가 대부분(81.7%)을 차지했다.

이런 소매채권시장이 열리기 전 채권 소매거래는 증권사별 지점 창구에서 이뤄지는 장외매매가 대부분이었다.

증권사별로 자사 계좌 보유 고객에 한해 제한을 둬 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었던 데다 취급 종목이 다양하지 못해 공정한 가격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채권 매매 편의성.투명성 제고

투자자는 안방에 앉아 소액채권 매매가 가능해졌다.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거래소 홈페이지(www.krx.co.kr)에서 호가정보 등 채권 투자에 필요한 실시간 정보를 손쉽게 조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 또는 전화를 통해 주식 거래하듯이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소매채권시장에는 국채를 비롯 통안채 금융채 특수채나 회사채 등 다양한 종류의 채권을 거래할 수 있다.

오종현 대우증권 리테일금융상품부장은 "수일에서 수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만기에 대한 300여개 이상의 호가들이 매일 제공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기간에 적합한 채권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투명성도 높아졌다.

증권사별로 시장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던 것과는 달리 증권사 HTS나 거래소 홈페이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호가 및 체결내역 등의 다양한 시장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노평식 동양종금증권 부장은 "증권사들이 자신이 보유한 채권을 보다 많이 팔기 위해 경쟁을 하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을 보다 싸게(고금리) 사는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 투자자에 적합


채권도 쌀 때(금리가 높을 때) 사서 비쌀 때(금리가 낮을 때) 팔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은 만기까지 보유해 수익을 챙기는 게 일반적인 투자 요령이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 수단인 주식과 달리 채권은 기대 수익이 높지 않은 대신 안정적이다.

은행 예금은 고수익률을 제시하는 경우 기간이나 금액에 제한을 두기 일쑤다.

그러나 소매채권시장에서는 이러한 제한 없이 채권을 골라 투자할 수 있다.

수익률도 은행보다 높은 연 4~8%대이다.

이자소득에만 세금이 부과돼 절세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다.

예컨대 유통수익률 연 5%,잔존만기 1년인 국공채(표면금리3%)와 금리 연 5%인 은행의 정기예금에 각각 10억원을 투자할 경우 이자는 똑같이 5000만원이다.

하지만 국공채의 경우 표면금리 3%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만 은행 정기예금은 이자 전액이 과세대상이다.

주민세를 포함한 소득세율 15.4%를 감안하면 300만원가량의 절세효과가 있다.

이러한 절세효과를 더한 국공채 투자수익률을 은행 예금 금리로 환산하면 약 5.34%포인트에 해당한다.

소매채권 투자는 수익성과 함께 안전성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이다.

소매채권의 거래대상 채권은 국공채와 투자적격등급 회사채(신용등급 BBB 이상)로 제한돼 있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