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1위’ 주식운용 명가 등극 2천억 넘는 대형 펀드·세돌 맞은 장수펀드로 성과 더 빛나 제아무리 강자인들 주식시장에서만은 보장된 내일이 없는 건 똑같았다. 3년 연속 주식운용부문 1위 자리를 지킨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의 사람들은 2003년 1위 주식운용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기뻐하기보다는 ‘휴~ 다행히 올해도 잘 갔네’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다음해를 걱정하며 “내년에도 잘할 겁니다”는 다짐인지 약속인지 모를 말을 덧붙였다. 미래에셋의 ‘인디펜던스’(2001년 2월 설정)와 ‘디스커버리’(2001년 7월)는 3년째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대표적인 간접투자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펀드의 수명이 6개월, 길어야 1년을 넘기기 힘든 국내 간접투자의 현실에서 이 같은 장수 펀드는 이례적인 존재다. 더구나 설정액도 각각 1,237억원, 1,986억원 등으로 드물게 규모가 큰 펀드라서 더욱 의의가 있다(대다수 운용업 관계자들은 펀드 대형화가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펀드가 작고 개수가 많아지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도 늘어나며, 펀드간 수익률 조정 등 불공정행위의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의 올해 주식형펀드 12개월 수익률은 27.52%. 회사측은 “98년 12월 박현주 시리즈 이래 지난 11월 말까지 전체 주식형펀드(인덱스 제외) 수익률이 256.58%로 이때 1억원을 맡겼다면 지금 3억6,000여만원이 돼 있을 것”임을 즐겨 내세우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국내 운용사들이 그렇듯이 미래에셋의 운용방식 역시 종목을 발굴하는 ‘바텀업’(bottom up)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미래에셋에 대한 이미지는 자산배분, 즉 속칭 ‘지르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구재상 대표는 “이런 인식은 오해”라고 말한다. 약 3년 전부터 운용방식이 많이 바뀌어 이제 완전히 포트폴리오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구대표는 “시장이 어려웠던 지난 4월께 주식편입비율이 85%대로 떨어졌던 것을 제외하면 그후 항상 9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편입종목 중에서 올해의 화두는 소위 ‘차이나 플레이’, 즉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수혜를 입은 수출 관련 종목들이었다. 투신권 전체로 볼때 26조8,590여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지난해 말 대비)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래에셋의 전체 펀드는 744조원이 늘었다. 김태우 주식운용2팀장은 “내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주식시장에 들어오지 못했던 개인자금이 내년에 지수에 상관없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개인자금이 들어오면 미래에셋으로 먼저, 더 많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덧붙였다. 김팀장은 “올해 실적이나 주가 측면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냈던 자동차 및 부품, PDP 등의 종목군이 내년에도 여세를 몰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내수가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면 백화점이나 은행주군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이나 게임주군은 지난 연말 이후에 극적으로 턴어라운드해서 업황은 좋지만 지수 대비해 워낙 초과수익을 냈기 때문에 시점을 잘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주식부문 운용사 2위는 랜드마크투신운용이 차지했다. 국은투신운용을 모건스탠리가 인수해 2002년 시작한 랜드마크투신운용은 설립 1년 만에 주식운용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며 급부상했다. 이 회사 최홍 사장은 “1등보다 수익률 상위 25~30%에 꾸준히 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성과로 펀드수익률은 1위인데도 어느 시점에 가입한 고객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는 ‘외화내빈’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평가대상이 된 펀드는 모두 국민은행에서 판매한 것으로 세제 혜택 상품이었던 ‘장기증권저축’과 ‘1억만들기’ 등 2종류다. 랜드마크는 신설사여서 아직 운용규모가 작다. 주식운용팀 최승용 팀장은 “적립식 펀드인 1억만들기의 상품스타일과 우리 회사의 운용스타일이 잘 맞아떨어진다”면서 “장기간접투자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하며 여기서 좋은 성과가 나와 뿌듯하다”고 말했다. 랜드마크도 자산배분보다 종목선정에 비중을 드는 ‘바텀업’ 방식을 기본으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전혀 무시하지는 않는다. 올해 펀드수익에 효자 노릇을 한 종목은 NHN, 다음 등 인터넷 포털 및 게임주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주였다. 가치투자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주식운용사 3위에 랭크됐다. 템플턴의 대표펀드인 그로쓰 주식 시리즈 등이 올해 꾸준히 수익률 상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치주 장기투자를 장기로 하는 펀드로 성장성이 부각되는 중소형 가치주를 주로 고른다. 한번 사면 그대로 주식을 넣어둔 뒤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 ---------------------------------------------------------------------------- INTERVIEW | 손동식 운용본부장 지방 공장까지 직접 확인, 시장지배력 중시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상무(40)는 장기신용은행 신탁부에서 주식운용을 담당하다 98년 미래에셋에 합류, 당시 명성을 날리던 박현주펀드의 일부를 운용했다. 지금은 운용본부장을 맡아 구재상 대표(CIO)와 함께 투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투자전략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올해 1년간의 운용 내용을 정리하면. 4월까지는 유가 급등, 북핵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힘든 시기였다. 이때는 주식편입비율을 80%이하로 가져가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했고, 5월부터 시장을 낙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래서 이후로는 편입비율 조정(자산배분)을 안한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게 한 것 같다. 5월 이후 조선주, 2/4분기 이후로는 다음 옥션 NHN 엔씨소프트 등의 인터넷 및 게임주, 그다음엔 자동차주 및 차부품, 한국타이어 등을 주로 매입했다. 좋은 수익을 낸 포인트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 중에서 통신 금융 유틸리티 등 일부 업종 비중을 대폭 줄였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반면 삼성SDI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과 인터넷 조선업종 등을 매입해 성과가 좋았다. 결국 시장 흐름을 보아 가며 적극적으로 종목을 발굴한 것이 좋은 수익을 내게 된 것 같다. 다른 차원에서 보면, 우리 회사는 운용에 종사하는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30~40군데 이상 기업탐방을 갈 수 있다. 종목을 고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가. 제조업체는 공장을 꼭 가본다.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전망, 경영진의 능력과 의지, 재무구조, 코스닥 기업일 경우 특히 경영진을 중요하게 본다. 결국 종합적으로 다 본다는 건데…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시장지배력을 제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