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이사회가 3일 외자유치안을 부결,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제안한 최대주주 LG그룹의 손을 들어주자 업계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제3대주주인 SK텔레콤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한 임원은 "우리는 이번 논의에서도 외자유치와 유상증자 어느 쪽이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지를 기준으로 참여해왔다"며 "유상증자안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 임원은 "유선통신 사업에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본사의 일관된 방침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홍식(鄭弘植) 사장이 각 통신계열사들의 여러 분야 상품을 함께 묶은 번들링(bundling)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 임원은 "우리나 KT는 각자 영역에 묶여있는데 반해 정부가 '통신 3강 유도' 등 명분으로 번들링 상품을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현행 정책상 유.무선 결합 금지 등의 규제는 KT나 SK텔레콤과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만 해당돼 LG그룹이 번들링 상품을 내놓는데 별 장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KT 관계자는 "KT 입장에서 하나로통신 이사회의 이번 결정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지금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한국 통신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각자 움직이던 회사들이 이제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하는데 유선분야 등 이미 어느 정도 완숙기에 이른 시장에서 서로 제로섬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관련산업을 캐우는 생산적 경쟁을 벌였으면 한다"며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법정관리중인 두루넷은 자사 인수 후보중 하나로 꼽히던 하나로통신이 사실상 LG쪽으로 넘어가자 내달로 예정된 매각 공개입찰 일정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고심중이다. 두루넷 관계자는 "우리는 어느 쪽에 팔리든 자금만 확실히, 빨리 들어오면 그만"이라며 "다만 사겠다는 사람이 하나 줄어들었기 때문에 조기에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데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 한 간부는 "하나로통신 이사회 결과를 아직 통보받지 못해 잘 모르겠다"며 "아직까지 LG쪽 제안 수용이 확실히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향후 전개를 지켜보겠다"고 즉각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이 간부는 "다만 유효경쟁체제를 유지.발전시킨다는 것이 정통부의 확고한 정책이며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정부는 그 상황에 맞는 유효경쟁체제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