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31일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주요 수출품목별 대표기업 40개사(대기업 25개사, 중소기업 1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생활용품 업체들은 최근 한 달여간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6∼8%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물 플라스틱 등 경공업품 생산업체들은 이미 적자 수출에 들어갔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타이어 섬유류 수출도 크게 어려워졌으며 철강도 환율 하락과 미국 중국 등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겹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원화환율이 달러당 1백원 하락할 경우 TV와 VCR 수출이 8∼10%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전자부품업체인 H사는 5월 선적분에서 달러당 1백원 내외의 환차손이 발생했으며 최근 한 달여 동안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체인 H사도 에틸렌 원가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10%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 기아 쌍용 등 자동차 업체들은 환율이 1천2백원까지 하락하더라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으며 선박 전자부품 등도 아직까지는 환율 하락을 감내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경공업 업체들에 환율 하락의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업체들이 작년 말 사업계획을 작성하면서 올해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1천2백80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화학업체들은 달러당 1천2백∼1천2백30원으로 책정해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최근 환율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 섬유류 경공업 업체들은 환율쇼크로 인해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화학과 정보기술(IT) 분야 업체들도 하반기 수출부진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장기계약이 많은 철강 타이어와 가격 경쟁력이 있는 휴대폰은 수출 물량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대부분 업체가 외환시장 불안정으로 수출계약에 애로를 겪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절한 환율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