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1분기 법인세 납부가 끝나고 정책당국의 잇단 가계대출 억제책에 따라 재테크 시장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던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 쪽으로 수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달 8일 이후에는 하루 평균 3천억원씩 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원천세 납부 등으로 일시적으로 자금이 빠져 나갔었으나 은행예금보다 이자가 높아 조만간 확연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정책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이 발표된 이후 시중은행들의 민간신용이 뚜렷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은 부실방지 대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신용악화가 우려되는 개인대출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에 따라 신규대출 증가세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증가세로 되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부터 발표되는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이는데다 수출증가세도 두자릿수 대로 올라섰다. 증시주변 변수로는 이른바 '차베스 효과'로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있고 모건스탠리 지수(MSCI)의 한국주식 편입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잉'이라고 우려할 정도로 넘치는 시장유동성은 최소한 기업의 신용위험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투자적격 등급임에도 시장리스크 때문에 투자를 꺼려했던 BBB- 등급 회사채와 초우량 기업 회사채간의 금리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정책당국이 종전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뜻을 비친 만큼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은 11일까지 1조1천여억원에 그친 반면 만기상환은 2조3천여억원에 달해 순상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에 대비해 사내유보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한편 지난 주말 외국인 주식매각대금 역송금을 위한 달러화 수요와 엔화 환율상승에 영향을 받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이번주에는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증시 여건이 개선돼 외국인들의 역송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수출증가세를 반영해 수출네고자금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