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정말 회복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기술주들은 왜 수익이 점점 나빠질까. 이번주 월가의 주가흐름은 바로 이 두 질문에 대한 해답일 것 같다. 이처럼 최근 월가의 관심은 단연 '기술주의 회복여부'.구경제 전통주식은 조금씩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기술주는 살아나는 경기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주 나스닥은 기술주의 불투명한 수익전망을 반영해 무려 4.1% 하락한 1,770.03을 기록했다. 한주간의 하락폭이 올 연간 나스닥 하락폭(9.3%)의 절반 가까이 이르는 폭락세다. 기술주의 하락은 다우와 S&P500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우는 1.3% 빠지며 3주 연속 떨어졌고 S&P500도 1,122.73으로 2.1% 내렸다. 연초 대비로는 다우가 2.5% 올랐고 S&P500은 2.2% 하락했다. 분석가들은 중동의 분쟁상황과 5월이나 6월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증시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술주 수익상황이 증시향방의 좌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주 발표되는 웹포털업체 야후,장거리 통신장비업체 주니퍼네트워크스,메모리칩메이커인 람버스 등 기술주의 수익동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낙관적이지는 않다. 메릴린치의 기술주전략가인 스티브 밀루노비치는 "경제의 전반적인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음에도 기술주들이 좋아지고 있다는 분명한 사인이 없어 이 둘의 단절이 증시에 먹구름을 끼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주에도 골드만삭스가 EMC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수익예측을 하향조정했고 피플소프트 컴퓨웨어 등 많은 기술주업체들이 예상보다 수익이 훨씬 악화됐다고 발표했다. 한때 나스닥의 황태자로 불렸던 노르텔네트워크스는 무디스사가 이 회사 채권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등급을 낮추자 사상 최저수준인 3.6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노르텔은 2000년 하반기 87달러까지 올라갔던 주식이다. 반면 전통적인 구경제주는 나름대로 경기회복 사인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등 매우 다양한 제품을 생산,경기동향에 가장 예민한 업체인 3M이 대표적인 예다. 3M은 과감한 원가절감을 통해 1분기 이익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고 발표한 5일 하루만에 무려 6.84% 뛴 주당 121.9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다우가 플러스(36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3M 한종목이 5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도 1분기수익이 예상을 웃돈다고 발표,3% 가량 뛰어올랐다. 물론 대주주가 장부에 기록하지도 않고 회삿돈을 빌려다 쓴 것이 드러난 미국 6위의 케이블TV회사 아델피아가 30% 하락하는 등 엔론사태이후 '회계조작'문제는 여전히 누구나 밟으면 터지는 월가의 지뢰밭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비기술주 분야의 경우 "1분기 실적이 좋았던 소비재업종과 유가급등으로 재미를 봤던 석유관련주의 뒤를 이어 어느 업종이 치고 나갈지가 이번주의 관심사"라는 게 분석가들의 얘기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