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低)를 막기 위한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정책 공조가 시작될 것인가. 진념 경제부총리가 최근 "일본의 엔저 정책이 아시아 각국의 환율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이 26일 일본 재무성 차관에 전화를 걸어 '공식적인 우려의 뜻'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엔저를 막기 위한 아시아 각국간 정책 공조도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7일 열리는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정부가 엔화 약세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 엔저 저지에 대한 공감대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이 모두 일본의 엔저 정책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은 급속한 엔화 절하로 거시경제 운영이 적지 않은 난관에 부닥친 상황이다. 원화의 동조 절하로 위기 국면을 수습해 가곤 있지만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현재 분위기로는 1백35∼1백40엔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당장의 물가 상승 우려와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퇴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껏 공식적인 논평을 삼가고 있지만 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이미 속마음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이 신문은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은 무책임한 행위이며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아시아 지역에 통화 평가절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對)일본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심기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내부에서는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대만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대만 달러화 가치가 엔화 환율에 동조해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이미 '지나친 엔화 동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 불안해지는 아시아 외환시장 =급속한 엔저 추세로 인해 고정환율제인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평가절하되는 추세다. 현재까지 대만 달러화는 지난달 말 대비 1.6% 절하됐고 원화 가치도 3.4%나 떨어졌다. 한국 대만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통화가 외환 수급여건이나 거시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오직 엔저 요인 때문에 통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앞으로 1백40엔 아래로 떨어지면 아시아 각국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와 똑같은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엔화는 1백47엔선까지 폭락하면서 아시아 경제위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엔저가 주요국 통화의 평가 절하를 가져오면서 외환시장 불안을 유발했고 이는 극심한 자금 유출과 연이은 외환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엔화에 대해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아직 어떤 내용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를 직접 압박하는 한편 아시아 각국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